하늘로보내는 편지
SINEO MEMORIAL PARK
언니~ 오랜만에 부산 가서 언니 보고 싶다고 카톡 했는데 며칠이 지나도 답장이 없길래 뭔가 싶었거든 언니가 먼저 하늘 나라 갔다는 소식을 이제서야 전해 들었어
가는 길 배웅도 못 해주고 미안해
내가 연락을 조금 더 자주 했다면 좋았을 텐데 이제 와서 언니 소식 전해 들은 내가 너무 멍청하고 바보 같다.
언니~ 거기는 편안해? 언니가 좋아하는 해산물도 많고 맛있는 것들도 많아? 춥지는 않고? 예쁜 옷들도 많아? 뭐가 됐든 여기 보단 더 행복하고 따뜻한 곳이었으면 좋겠어
언니, 예전에 언니가 서울 와서 나 스시 사줬을 때, 그땐 내가 너무 어렸어서 서울까지 온 언니한테 얻어 먹기나 했잖아. 이제는 내가 다 사줄 수 있는데 왜 그렇게 빨리 갔어 뭐가 그리 급하다고~ 성격 그렇게 급한 사람도 아니면서..
너무 속상하고 슬프다 언니..
언니 소식을 너무 갑작스럽게 전해 들어서 마음이 너무 아프고 무거워 언니
그렇다고 언니 탓하는 건 아니고, 그냥 내 마음이 그래. 무슨 뜻인지 알지?
나중에 하늘나라에서 만나면 그때 다 못했던 이야기 실컷 나누자 언니.
언니, 그리고 나 결혼해. 아직 좀 멀었긴 한데, 그 소식 전해주고 싶어서 부산 가자마자 언니 찾은 거야 작년에 내가 팀장 달았다는 거 보고 “지원이가 벌써 팀장이라니 ㅠㅠ” 라고 했잖아, 이번에 내 결혼 소식 전해주면 얼마나 더 깜짝 놀랄까 싶었는데, 내가 너무 늦었나 싶어
그 전에 연락할 걸 그랬다 언니.
우리 마지막으로 연락한 게 작년 9월인데, 그때부터 쭉 끊기지 않고 하루에 한 번씩 연락 주고 받을 걸 그랬어 언니. 내가 너무 늦게 연락해서 미안해..
당분간 스시는 못 먹을 거 같아 안 그래도 스시 먹을 때마다 언니 생각 났었는데, 이젠 스시 먹으면 가슴이 먹먹해서 씹지를 못할 것 같아
다음에 우리 다시 만나게 되면 그때 마주 앉아서 웃으면서 언니가 좋아하는 스시 실컷 먹자 알겠지?
언니, 잘 지내 꼭 잘 지내야해 그곳에서는 슬픈 일, 서러운 일, 속상한 일 하나 없이 꼭 행복하기만 해야해 꼭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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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6월 03일
박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