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보내는 편지
SINEO MEMORIAL PARK
아빠 요즘 날씨가 많이 덥더라 하늘나라는 계절이 있을까? 아빠는 덥고 춥고 따뜻하고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곳에 있을까? 오늘 아침에 출근하는데 아파트 입구에 나뭇잎 사이로 비춰진 햇살이 참 예쁘더라. 아빠도 문득 지나가다가 마주대한 풍경이 예쁘게 느꼈던 적이 있겠지? 그런 좋은 기억은 꼭꼭 가져가서 잘 간직해.
오늘 아빠가 하늘나라가 간지 66일째고, 아빠 생일이 되기 3일 전이네. 이틀 전에 임재범이 부른 아버지 사진을 듣는데 아빠 생각이 너무 나서 눈물이 왈칵 나왔어. 아빠는 한평생 가족만 보고 살았었잖아. 아빠 예전에 맨날 동물왕국 보고, 우리 사회과부도 지도 책 펼쳐서 자주 보곤 했었는데
아빠랑 같이 동물원 한번 제대로 못가고, 지도책 하나 들고 국내라도 자주 다닐걸 그랬나봐. 항상 가게 구석에서 휴대폰으로 미스터트롯 영상 보고, 아니면 가게 화장실에 있던가, 바닥에 온수매트 깔아놓고 누워있는 모습이 생각나.
아빠가 좋아했던 것들 자주는 아니라도 한번씩 했었으면 좋았을텐데. 아빠라고 왜 하고싶었던게 없었을까. 아빠라고 항상 집에만 있던게 좋았을까. 나가면 돈든다고, 나가면 가게 손님 못받는다고. 그렇게 악착같이 모아서 한평생 자식들 뒷바라지만 했었지.
나는 부모님께 효도하려고 할 때쯤에는 옆에 안계신다는 말이 나한테도 해당되는지 몰랐어. 아빠가 그렇게 빨리 갑작스럽게 떠날줄은 몰랐어.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 날 아침에 엄마 전화를 받으면서도 설마 했었는데 아빠 몸이 너무 차더라.
아빠 혼자서 그 밤에 얼마나 무서웠을까. 아빠라고 알았을까. 그렇게 이별을 맞이해야한다는 걸 아빠는 알았을까. 작별인사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곁에 엄마든 나든 누구든 한 사람이라도 함께 있었다면 조금이라도 덜 무서웠을까.
장례를 치르고 한동안 많이 바빴어. 일도 해야하고, 아들도 챙겨야하고, 그리고 엄마가 혼자 잘 못먹고, 잘 못자서 엄마는 한동안 우리집에서 저녁먹고 자고 했어. 나도 처음 겪는 일이라 모든게 쉽지는 않더라. 내가 아빠한테 절대 잊지 않겠다고, 걱정할 일 없게 잘살겠다고, 편히 쉬라고 했었는데.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지키고 있는건지 모르겠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야겠지? 열심히 살아볼게.
그리고 아빠를 생각하고 그리워하고 아빠생각에 눈물흘릴 시간이 그동안 많이 없었던거 같은데 생각날 때마다 여기 통해서 아빠한테 편지를 보내려구. 위에서 보고 있겠지만 또 아들이 직접 이야기 해주면 느낌이 다를테니까. 아빠도 내가 보낸 편지 한번씩 읽어봤으면 해.
아내와 아들이 옆에서 자는 동안 잠깐 아빠 생각하며 몇 자 적어봤고 또 편지할게. 편히 쉬어요.
-
2023년 06월 20일
홍성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