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보내는 편지
SINEO MEMORIAL PARK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 나 오늘 경기도 집 올라왔어
올라오는 길에 내가 운동하고 오는 길에 같이 가겠다고 엄마가 앉아서 기다리던 자리도 보고,
엄마가 우리 집 놀러와서 같이 걷던 산책로도 보고..
나 혼자 올라왔는데 너무 썰렁해
저녁 먹으려고 밥은 시켰어
동파 됐을까봐 너무 걱정했는데, 동파는 안됐더라
집에 와서 옷장 안에 보니까 엄마 환갑 때 주려고 했던 디올 스카프가 그대로 있어.
저건 받고 가지 그랬어 엄마.. 이제 저거 어떻게 주면 돼?
나는 저거 엄마 목에 걸어주는 상상 오 천 번씩 하면서 산 건데 그걸 내가 할 순 없잖아
그리고 아빠가 엄마 베개들 빨아서 아빠한테 엄청 화냈어
아빠가 너무 밉고 원망스럽고 용서를 못하겠는데 다들 아빠 용서하래
용서를 어떻게 하는건지 모르겠다 엄마
전에 엄마한테 내가 한 말이 있는데 기억해?
배려와 용서를 강조하는건 배려하고 용서하는게 제일 힘들어서 인 것 같다고..
나도 엄마를 배려하지 못했고 이젠 아빠를 용서하지 못하고 나를 용서하지 못하겠어
좋은 소식만 말하지 않아서 미안한데, 사람이 살면서 좋은 소식만 있을 순 없잖아
어휴 내 팔자야 가서도 자식새끼 투정 받아줘야하네~ 하고 그냥 받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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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25일
엄마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