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보내는 편지
SINEO MEMORIAL PARK
지금쯤이면 일하고 있을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좀 길어지네여 이쯤되면 제가 합격했나 싶긴 해요. 며칠 전에 밍구랑 밥을 먹다가 누나는 결혼이나 앞으로 큰 일이 있을 때 여자들만의 고민을 나눌 사람이 없다는 게 애석하다고 하더라고요. 애가 이렇게 착해요 엄마. 최대한 밍구 기준에서 제 말을 잘 들어주려고 노력을 하고 아빠도 할머니도 전부 우리 걱정을 하세요. 어느덧 엄마가 멀리 가신 지 한 달이 지나고 이제는 드문드문 떠올라요. 엄마가 매번 병원에 갈 때마다 같이 가주고 운동도 같이 하고 그래서 아직은 혼자 하는 게 익숙지가 않아요. 그래도 살아봅니다. 할머니께도 가야하는데 엄마 생각보다 제가 체력이 아주 즈질인가봐여. 요즘 그래도 다이어트 댄스 추는데 곁에서 보고 있죠? ㅋㅋㅋ 누구 닮아 몸치인지. 그래도 열심히 춥니다. 제가 챠니를 영상으로 보여드린 건 기억하실까요? 실물이 더 잘생겼습니다! 제 지인들에게 유니콘 같은 존재라구여. 장례식에 오기로 해서 지인들 다 기다리다가 늦는다고 해서 아쉬워하더라고요. 결국 지인들은 챠니를 못봤죠.
엄마 저는 챠니가 아주 많이 이뻐해줘요. 어렸을 때부터 엄빠처럼 사는 게
소원이었는데 이 친구라면 괜찮아요. 다행히 일에 적응할 때까지는 기다려주기로 했어요. 곧 챠니랑 같이 방문하러 갈게여
p.s 이렇게 편지 쓰니까 저 미국에서 공부할 때 메일 주고받는 느낌이에여 ㅎㅎ 시차에 맞게 하려고 전화를 걸기 위해 맨날 불 꺼진 라운지에 몰래 앉아있었거든요. 그때마다 듣는 엄마 목소리에 눈물도 났고 만나는 날만 기약하면서 기쁘기도 했어요. 이메일을
가지고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제가 리셋을 해버려서 그걸 다시 못본다는 게 좀 씁쓸해요. 이렇게 추억이 생각나면 그때로 돌아가곤 해요. 그치만 생각을 일부러 억제하면 그것도 안 좋대요. 그러니 저는 떠오를 때는 추억하렵니다
이번 면회는 밍구가 예비군에 가서 아빠랑 저랑 가요오 잘 맞아줘요 엄마 오늘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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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1일
강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