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보내는 편지
SINEO MEMORIAL PARK
커다란 키다리 아저씨 같은 응찬이가 은서 네 방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
학원서 돌아오자 마자 곧장 네 방으로 들어가 그렇게 앉아서 조용히 울었다.엄마가 달래고 보듬어도 그치질 않아
내가 또 들어가 마주 앉아 녀석의 손을 잡고 함께 울었다.
가끔 응찬이는 그렇게 네 방에서 운다.
우리가 자고 있으면 네 방을 찾아 두리번 거리고 웅크리고 앉아 서럼게 운다.네가 있었으면 얼마나 큰 힘이 되었을까? 은서 너는 그런 존재 였는데
그래서 녀석은 힘든 자신의 위로를 받고자 그렇게 울었나 보다.
말은 다 하지 않았지만,제 마음처럼 풀리지 않는 현실이 또 힘들게 했으리란 생각을 하면 마음이 짠해 온다. 오늘 오후에는 또 서울로 간다.
수시 마지막 실기를 보러 친구와 동행을 한단다.
인생에 있어 어쩜 중대한 기로에 선 지금 앞으로의 세상이 어떤 모습으로 응찬이에게 다가올지 사뭇 궁금해 진다. 어럽고 힘든 길, 그래서 고달픈 인생의 길인데 그 길을 가고자 하는데
현실은 쉽지가 않다.
은서야 보고 있니? 어쩜 너와 응찬이는 닮은구석이 그리 많은지 모르겠다. 이전에는 안그런줄 알았는데 은근히 똑 닮은 구석이 많다는걸 이번에 알았다. 너를 보면서 자라서 그럴지도 모른단 생각을 문득 해 볼 때면 운음이
나기도 한다.너희는 형제니까 말이다.
커서는 그렇게 사는 방식이 달라 많이도 싸웠지만 금새 풀어져 네 방 침대서 장난치며 딩굴고, 참 이해가 되지 않았었는데, 너희는 그런 사이 였다. 응원좀 많이 해 주길 바란다.
잘한다 잘한다.언제나 네가 원하고 듣길 원했던 응원의 메세지를 말이다.
녀석도 그런 메세지를 좋아한단다.
지금 응찬이에게 더 그 보다 더 좋은 응원은 없을듯 싶다.오늘도 잘 할수 있도록 응원해 주자꾸나!
그리운 우리 딸 전은서,사랑한다.
불 커진 네 방을 볼 때면 부쩍 너의 빈자리가 그리워 진다.그렇게 너는 우리에게 큰 존재였다.그래서 더 보고싶다. 눈물이 흘러 베갯잎을 또 적신다. 신나고 기쁜 일로 네게 안부를 전하고 싶은데, 그런 일이 별로 없어 미안하다.죄다 좋지 않은 일들만 있으니 올 해는 정말 우리에게 사나운 해인가 보다.
응찬이를 깨워 학교엘 보내야 한다.
너처럼 잠 많은 것도 꼭 닮은꼴이다.
시월의 중순, 단풍나무 잎은 벌써 물들고 큰 산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계절이 됐다. 우리은서도 이 좋은계절
즐기며 지내길 바란다.
사랑하는 네 동생 응찬에게 응원의 힘을 전해주길 바라면서 오늘 안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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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17일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