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보내는 편지
SINEO MEMORIAL PARK
아빠 여기 모셔놓고 하루에도 몇번씩 들어왔었는데 그동안 조회가 안 되어서 좋은 건지 아닌 건지, 아직도 꿈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가 한편으로는 왜 빨리 안 나오나 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이제는 조회가 되네요.
이미 아빠를 보내드리고 왔는데도 아빠 이름으로 조회되는 걸 처음 봤을 때는 여기 모신 걸 인정해야 하니 또 눈물이 났는데, 아빠가 새 집에서 편안하게 잘 계신 거라고 생각해볼까 해요.
몇 번을 왔다갔다하며 엄마가 심사숙고해서 정한 자리라 괜찮을 거예요.
아빠 보내드리기 전에 리무진 타고 오면서 엄마가 이제 재개발하면 새 집에 들어갈텐데 새 집에 와보지도 못하고 가냐고 그러셨어요.
그러게 아빠가 건축일을 했으니 다른 사람들은 아빠가 지은 아파트에 입주해서 새 집에서 살게 해주면서 막상 아빠는 새 집에서 살지는 못했는데, 아빠가 지은 아파트는 아니더라도 새 집에도 들어가서 살았으면 좋았을텐데..
그걸 못 기다리시고 여기 새 집을 잡으시게 되었네요.
아빠 여기 모실 때 우리 슬픈데도 그 와중에 이웃이 종교가 다른지, 층간소음은 없겠다. 그런 얘기도 하면서 자리 정했어요. 참 웃기죠?
아빠가 농담도 잘하고 재미있었던 사람이었듯이, 아빠가 농담하면 우리가 정색하기도 했지만 그 피가 어디가나요?
우리도 그렇게 한번씩 나오는 농담에 잠시나마 웃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우리 다시 일상으로 각자 돌아가야 하는데 하루하루 날짜는 지나가는데 난 거제 돌아와서도 일이 손에 안 잡혀서 내 나름대로 고군분투 중이긴 해요.
그나마 그저께 아리 데리고 문화센터 다녀온다고 나갔다 오긴 했네요.
아빠랑 좀더 있겠다고 시부모들한테 아리를 맡겨놓고 있었더니 안 그래도 껌딱지인 아리가 나한테 더 붙어서 떼쓰고 그러네요.
아빠가 나 많이 예뻐했던 만큼 아리도 많이 예뻐했을텐데, 아리 커가는 모습도 더 많이 보시지..
아빠가 직접 계시면서 얘기해줄 수 있으면 더 좋았겠지만 아리 커나가면서 부산 할아버지는 얼마나 자랑스러운 사람이었는지 꼭 알려줄게요.
마트에 갔더니 아빠가 좋아했던 꿀호떡, 연양갱 이런 것들이 눈에 들어와서 나도 모르게 샀어요. 먹으면서 또 아빠 생각이 나겠죠.
이제는 못 드시지 마시고 좋아하는 거 마음껏 기분좋게 잘 드세요.
어제는 아빠 가신지 7일째 되는 날에 언니 양력생일이었어요.
예전엔 관심도 없고 잘 몰랐는데 불교기준으로 49일이 되기까지 7일마다 심판을 받고 그런 거라고 하더라구요.
아빠는 심판을 잘 못 받고 할 것도 없이 프리패스 아닐까 싶은데, 기억은 안 나지만 지난 밤 꿈에 기분이 좋았던 건 아니라서 아빠도 가시는 길 발걸음이 무거우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도 난 나쁜 꿈에서 깨서 아빠가 계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아빠 발걸음을 무겁게 하면 안 되기에 아빠가 편안해지고 그 대신에 우리를 지켜주셨으면 좋겠어요.
우리한테 말은 다 안해도 아빠 혼자 있는 거 싫어하고 외로움도 타는 사람인데..
다른 지역 현장에 근무하셨을 때도 피곤함을 무릅쓰고 주말만 되면 부산오고 다시 가야 할 때도 제일 늦은 시간 기차로 가곤 했잖아요.
엄마도 아빠 병원에 계실 때 눈치 봐가면서도 다른 사람들보다 자주 찾아갔다고 하던데..
엄마가 급히 찾아갔을 때 엄마 손 잡고 다시 돌아오시지.. 외로움 타시는 분이 왜 그 먼 길을 택하셨는지..
훨훨 다니시면서 우리 지켜보고 싶으셨던 거예요?
우리 마음 속엔 슈퍼맨 아빠 영원히 함께 하니까 이제는 외로워하지 마세요.
아빠한테 못한 말이 많아서 그런지 그냥 오늘은 두서없이 쓰다보니 이런저런 얘기가 다 나오네요.
아빠가 계셔서 진짜 마주보고 얘기할 수 있으면 더 좋을텐데.. 진작에 그러지 못해서 죄송해요.
오늘은 좀 더 덤덤해지려고 했는데 아직은 쉽진 않네요.
아빠랑 좋은 기억이 많으니 앞으로는 좋은 기억으로 좀 더 웃어보도록 할게요.
아빠도 편안해지시길 바라면서, 엄마랑 우리 삼남매 꽃길만 걸을 수 있게 지켜봐주세요.
그 꽃길에서 항상 마음 속엔 아빠와 함께 할게요.
아빠~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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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13일
수연이